입추
더위는 아직 얼마든지 남아 있고
몹쓸 병이나 들었는지 여름내
걸핏하면 목이 잠긴다
언젠가는 너를 꼭 만날 것처럼
미리 목이 잠긴 채
세상일 부질없고 헛되다는 걸
한평생 헛것에 매달려 산다는 걸
나는 영영 깨닫지 못할 것만 같다
영영 깨닫지 못하더라도
깨닫지 못하는 걸 슬퍼할
가을은 이 세상에 꼭 와야 한다고
미리 목이 잠겨서
징징거리며 그시랑 운다
- 정양 -
· 시집 「철 들 무렵」 중에서
· 김제 출생, 1968년 대한일보로 등단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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