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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center><img src="http://photo1130.pe.kr/storage/app/public/editor/photo1130/사랑방/201008241035353992351.20935909644ab5d6dbcfab9.JPG" class="__xe_image" data-id="201008241035353992351" style=""><br /><br /><br /><img src="./mods/misc/getfile.php?name=20935909644ab5d6dbcfab9.JPG&wcu=201008241035353992351&mod=%EC%82%AC%EB%9E%91%EB%B0%A9&mode=v" /><br /> <br /> <br /> 토막말 / 정양<br /> <br /> 가을 바닷가에<br /> 누가 써 놓고 간 말<br /> 썰물진 모래밭에 한 줄로 쓴 말<br /> 글자가 모두 대문짝 만씩해서<br /> 하늘에서 읽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.<br /> <br /> 을순아-보 고 자 퍼 서 죽 껏 다 씨 펄 <br /> <br /> 씨펄 근처에 도장 찍힌 발자국이 어지럽다 <br />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이렇게 크게 썼는가 <br />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<br /> 손등에 얼음 조각을 녹이며 견디던 <br /> 시리디 시린 통증이 문득 몸에 감긴다 <br /> <br />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는 가을 바다 <br /> 저만치서 무심한 밀물이 번득이며 온다 <br /> 바다는 춥고 토막말이 몸에 저리다 <br /> 얼음 조각처럼 사라질 토막말을 <br /> 저녁놀이 진저리치며 새겨 읽는다.<br /> </center>
